[담화]2012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 담화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로 우리 모두 변화될 것입니다”
(1코린 15, 51-58)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금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 개신교를 대표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신앙과 직제위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묵상하면서 갈라진 그리스도인들 간의 형제적 일치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죄악과 폭력, 고통과 죽음을 넘어 하느님의 궁극적 승리를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하나의 믿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공존과 협력, 상생과 화해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이 땅의 참된 평화와 구원을 선포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증거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섬기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마치 “그리스도 자신이 갈라지시기라도 한 것처럼(1코린 1, 13 참조)” 서로 분열되어 있는 현실은 복음을 선포해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키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일치교령 1항).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분열된 그리스도인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같은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서로가 지닌 오해와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며 각자가 받은 다양한 은사를 인류를 위한 공동봉사로 사용할 때 진정한 일치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함께 주님께 기도하면서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삶을 살아갈 때 성령께서는 우리를 일치시켜 주십니다. 일치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따름으로써 더욱 그분께 가까워지고 고통 받는 모든 이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때 더 깊어집니다. 우리가 하나의 신앙과 복음으로 일치되어 있음을 깨닫는 길은 우리의 편견과 오해의 벽을 넘어서 우리가 같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음을 확신할 때 열립니다.

  금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가 개최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교황님도 금년을 신앙의 해로 선포하시면서 신앙과 삶이 서로 일치되는 해가 되기를 희망하셨습니다. 공의회는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교회 안에서 세속화와 권위의 상실, 이기적 욕망과 이념적 분열을 넘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참된 평화와 일치를 찾고자 했습니다. 교회는 끊임없이 자신을 개혁하며 쇄신하고 세상의 표징들을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며 살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개신교와 갈라진 역사적 아픔도 되새기면서 형제적 사랑으로 화해하고 일치하는 길도 모색했습니다. 개신교 신자들과의 갈등과 분열을 체험해온 한국 교회 역시 이 땅에 참된 일치와 평화를 위해 화해와 공동선을 위한 연대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로마 12, 21)라고 우리를 격려하십니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서로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 땅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죽음의 공포들을 이겨낸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궁극적인 승리를 한 목소리로 선포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태 1, 23)는 임마누엘의 신비를 선포하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의 부활은 인류의 가장 큰 적인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죽음의 공포가 생명을 덮고 있는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이겨낸 구원자이심을 고백하면서 하나로 일치해야 합니다. 비록 천주교와 개신교의 가시적인 일치가 여전히 요원하게 느껴지는 현실이지만, 성령께서는 우리가 서로 경쟁이 아닌 은사의 나눔을 통해서 참된 회심과 변화로 초대하십니다. 동시에 성령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우리들의 복음적 삶과 활동을 통해 평화와 일치를 이루어주십니다.

  우리를 두려움에서 해방시키고, 서로를 하나로 일치시켜주는 힘은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의 승리는 죽음과 죄악을 넘는 사랑의 승리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승리의 기쁨을 통해 우리가 두려움과 불신의 벽을 넘어 사랑으로 일치하는 신앙으로 나아갑시다. 이 신앙은 우리의 마음을 성령의 힘을 향해 열어주시고, 우리가 그리스도와 나누는 우정을 통해 우리 서로가 나누는 우정과 협력으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  희  중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