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콜로 3, 4)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신앙의 기쁨! 젊은이와 함께!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1. 부활이며 생명이신 그리스도
주님의 부활은 당신 자신이 생명의 주인임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표지입니다(요한 11,25). 이미 주님께서는 공생활의 여정에서 당신이 생명의 주인임을 선포하셨지만(요한 6,35; 14,6), 주님의 죽음을 바라본 제자들은 아직 이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요한 20,9). 결국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몸소 나타나시어 이를 믿게 하셨습니다(요한 20,19-29). 주님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제자들은 다시 살아나신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을 만나 뵙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주님께서 바로 참 생명이셨습니다.

2.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생명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아담의 죄로 손상된 창조질서를 그리스도의 부활로 회복시키신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다시 하느님의 것으로 되돌려 놓으셨습니다(로마 5,12-21참조).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죽음의 세력에 내던져진 피조물의 생명을 구원하신 것입니다. 성자의 부활로 세상을 이긴 하느님께서 다시 우리를 당신의 생명으로 불러주셨습니다.
본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과 생명체는 하느님에게서 왔습니다. 미물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부여된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창조에 관한 창세기의 말씀과(창세 1,26)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복음의 말씀은(마태 1,23)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이르러 하느님의 사랑은 절정에 달합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면서까지 지켜낸 값진 것입니다.

3.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생명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된 소중한 생명은 인간의 소유물이 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신의 생명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잘 다스려야 하는 몫을 주셨습니다(창세 1,28). 하지만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렸습니다. 생명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고 소유하고 착취하며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약자의 생명이 느끼는 수치심과 고통을 도외시한 채 자기 마음대로 생명을 짓밟았습니다.
오늘날 생태환경 파괴, 동물에게 가하는 온갖 형태의 학대,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폭력이 갈수록 만연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행하는 폭력, 곧 어린이 학대,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해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 노인 학대, 이주민에 대한 착취와 폭력 등은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생명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기에 타인의 생명도 소유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은, 이러한 방식으로 다른 생명을 측은히 여기는 인간 본연의 도덕적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었습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는 전통적 인간애의 가르침을 잊게 하고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본능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삭막하고 무서운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앞에서,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인간에게 참 생명을 회복하도록 명하십니다. 이 믿음을 간직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오늘날 사회적 약자들에게 행해지는 온갖 형태의 인권유린과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 그리고 그들에게 행해지는 부당한 폭력에 당당히 맞서야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생명을 파괴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회피하고 무관심하게 대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분노하시며 질책하실 것입니다.

4. 생명 감수성의 부활을 희망하며
‘생명 감수성’이란 다른 생명이 느끼는 마음의 감정을 읽어내고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생명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잘 공감하고 배려합니다. 우리는 어린이에게서 높은 생명 감수성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18,3). 비단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생명에 대하여 하느님의 마음으로 다가가 느끼고 배려하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믿는 이들 안에 부활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세상이 아무리 이기적이어도, 부활이며 생명이신 주님을 믿고 있는 우리는 기꺼이 눈을 들어 생명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생명이신 주님을 잉태하고 낳으신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과 인간 생명의 중재자이십니다. 성모님은 남다른 생명 감수성으로 주님을 낳고 기르셨습니다. 특히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보여주신 성모님의 생명 감수성은 그분의 아들 예수님으로 하여금 첫 번째 기적을 일으키게 하셨습니다(요한 2,1-11 참조). 이렇듯 성모님은 항상 우리의 처지를 돌보시어 주님께 전구하시고, 지금 고통받는 모든 생명과 함께 아파하시면서 주님께 자비를 청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모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다시 용기를 내야 합니다. 여전히 온갖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생명을 돌보는 생명 지킴이가 될 것을 다짐하며 부활의 신앙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8년 4월 1일

교구장님 주교 서명_사인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