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2012년 성서주간 담화

제28회 성서 주간 (2012.11.25.~12.1) 담화

세계를 향한 복음 선포
“주님의 종들이 주님의 말씀을 아주 담대히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사도 4,29).

1.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지난 10월 11일부터 ‘신앙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11년 10월 11일에 발표한 자의 교서에서 ‘신앙의 해’를 제정하게 된 이유로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더욱 북돋우기 위하여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믿음의 문」, 2항)는 점을 제시하셨습니다. 또한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2012년 1월 6일에 「신앙의 해를 위한 사목 권고를 담은 공지」를 발표하면서,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주님과의 만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만남에 바탕을 둘 때, 신앙은 그 온전함과 모든 광채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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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습니까? 또한 우리가 그리스도를 만난다면 우리의 신앙은 어떻게 변화되겠습니까? 우리에게 라틴 말 성경 번역가로 알려진 예로니모 성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성경을 모르는 이는 하느님의 권능도, 그분의 지혜도 모르는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이사야 주해』, 서문). 만약 우리가 지금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바란다면, 바로 성경을 펴 들고 읽어 내려가야 합니다. 우리는 성경 말씀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편 은총론의 박사로 불리는 교회 학자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자신의 회심의 시기에 겪은, 자신의 죄 때문에 슬퍼하며 울고 있을 때의 체험을 소개합니다. “집어라, 읽어라. 집어라, 읽어라”(『고백록』, 제8권,12장). 이웃에서 들려오는 이러한 소리를 듣자마자 성경을 집어 들고 읽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바로 눈에 들어온 로마서 구절을 통하여 확신을 가지고 회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성경 말씀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우리 자신의 신앙에 확신을 갖고 영적 여정에 한 걸음 더 성큼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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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신앙 여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시대에 교회를 부르시어 늘 새로운 명령으로 교회에 복음 선포의 사명을 맡기십니다. 오늘날에도 믿는 기쁨과 신앙 전수의 열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교회의 더욱 힘찬 노력이 필요합니다”(「믿음의 문」, 7항).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세상을 향한 복음 선포의 사명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가 늘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사명입니다. 어떤 이들은 오늘날 전 세계 방방곡곡에 그리스도가 전해지지 않은 곳이 거의 없는데 복음 선포가 왜 또 필요하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복음 선포의 사명은 단 한 번의 선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어쩌면 오늘날 더욱 필요한 복음 선포일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도 신앙인들이 지속적으로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올바른 신앙을 전수받을 수 있기를 바라시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언급하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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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 신앙인은 먼저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고 또 자주 읽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이미 마련해 놓았습니다. 일찍이 우리 신앙 선조들은 천주교가 전래된 초기부터 일부이기는 하지만 주일과 축일 미사에서 읽는 성경 말씀과 약간의 설명을 첨가한 한글판 『성경직해광익』을 통해 성경 말씀을 우리말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우리말로 새로 번역된 『성경』을 통해 더욱 정확하고 편리하게 성경 말씀 전체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성경 말씀을 읽고, 공부하고, 묵상하는 데에 남다른 열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염원에 응답하고자 한국 가톨릭 교회는 다양한 성경 공부 사도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신자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을 쉽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하게 준비된 성경 공부 사도직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 뜻을 헤아릴 도움을 곧바로 받을 수 있으며, 성경 묵상을 통해서 언제라도 그리스도를 만나는 영적 여정을 떠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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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 세계 모든 나라와 민족들이 성경 말씀을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 곳에서 찾을 필요 없이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아시아 지역의 나라들만 살펴보아도 우리는 그들의 불행한 현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싶지만 모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민족들도 있습니다. 모국어 성경은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 쉽게 성경을 읽고 묵상할 수 없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다행히 성경을 접하여 읽을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 뜻을 좀 더 깊이 헤아리고 싶어도 옆에서 가르쳐 줄 사람이나 다양한 성경 공부 사도직 프로그램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도 많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그리스도를 만나고 올바른 신앙을 전수받아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더라도, 성경 말씀을 제대로 읽을 수 없고 공부할 수 없다면 그들은 그리스도를 만나러 가는 첫발조차 내디딜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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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한국 가톨릭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분명 한국 교회는 아시아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만나고 아시아 가톨릭 교회가 새로운 복음화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습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서둘러 그렇게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시아의 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접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들어서 올바른 신앙을 전수받아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어 가도록 먼저 그들이 성경 말씀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복음 선포의 방식일 것입니다.

7. 우리는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무엇보다 먼저 성경 독서, 성경 공부, 성경 묵상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뵙고, 그 만남에서 깊은 확신과 실질적인 힘을 얻어 신앙 쇄신의 영적 여정을 걸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를 향한 복음 선포를 통하여, 아시아의 가톨릭 신앙인들이 성경 독서, 성경 공부, 성경 묵상을 잘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으로 그들이 성경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복음화를 실천하는 길일 것입니다.

2012년 11월 25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이 형 우 아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