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2012 수원교구장 예수 성탄 메시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 희망의 땅, 복음으로!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영적 쇄신을!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교구 희년’과 ‘신앙의 해’에 맞이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탄생의 기쁨이 여러분의 가정과 본당 그리고 복음화에 헌신하는 모든 분들 안에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하느님 사랑의 신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택하신 방법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 3,16 참조). 우리와 친교를 맺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높으신 분께서 낮아지셨으며 죽을 운명을 지닌 연약한 인간이 되어 오셨습니다(필리 2,6-7 참조). 이 강생의 신비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큰 표징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믿게 되었습니다(1요한 4,16 참조). 이 놀라운 사랑의 신비가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에게서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온 교회는 구약의 백성과 함께 기쁨에 겨워 노래합니다.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인간의 육신을 취하시어 세상에 오신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시기 위해 인간 삶의 가장 비참한 곳까지 내려오셨습니다. 그곳에서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운명을 함께 하셨으며 그들의 짐을 함께 져주셨습니다. 베들레헴의 탄생부터 골고타 언덕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분께서 보여주신 모든 것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 자체였습니다. “끝까지” 그리고 “다 이루어질” 때까지 당신의 그 크신 사랑으로 세상에 참된 구원을 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강생은 하느님 사랑의 신비가 세상에 드러난 사건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영광
 이 하느님의 사랑은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특별한 방식으로 재현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들의 온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며 그분과 닮으려는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박해라는 극단적인 고통의 순간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영생에 대한 불멸의 희망으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였습니다. 힘든 시련 속에서 그들은 주님의 고통을 함께 겪으며 그분께서 주시는 무한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끝까지 견뎌내어 순교의 월계관을 받음으로써 천상 행복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사람이 되어 오신 말씀이신 주님과 온전히 일치하였으며, 순교를 통해 그분과 함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하느님 사랑의 신비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교자들을 “하느님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신 분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순교자들의 정신은 특별히 우리 신앙선조이신 한국 순교성인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앙이 삶의 전부였으며, 사랑이신 주님을 위해 자유로이 목숨을 내어 놓음으로써 우리에게 온전한 신앙과 삶의 참된 가치를 드러내었습니다. 그들의 순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섬김
 우리는 지금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교구 희년’과 보편교회의 ‘신앙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시기에 우리 교구는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영적쇄신’을 위한 “잘 섬기겠습니다.”라는 표어로 ‘하느님 사랑과 섬김’, ‘이웃 사랑과 섬김’, ‘생명 사랑과 섬김’의 3가지 영성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하느님 사랑과 섬김’은 모든 영성운동의 근본 바탕이 됩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삶의 모범을 보여주고 증거한 이들이 자랑스런 한국 순교성인들입니다. 순교자의 영성은 오늘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우리가 교구 설정 50주년을 지내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애타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살인과 폭력, 부정과 부패, 불의와 거짓, 쾌락주의 등이 난무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참된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고 실천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시듯이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2코린 6,2) 세상은 그리스도인에게서 확신에 찬 신앙과 삶의 증언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며 그분의 사랑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삶을 우리가 더욱 가슴깊이 새기며 실천할 때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실천  
 하느님을 섬기며 사랑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우리 구원을 위하여 강생하신 하느님의 신비를 무엇보다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교회에서 거행하는 공적인 전례와 다양한 신심예식에 있습니다. 따라서 ‘교구 희년’과 ‘신앙의 해’에 거행되는 성체성사, 고해성사는 물론 매월 거행되는 성시간을 비롯한 모든 전례적 거행에 충실히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는 것, 하느님의 말씀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얼이 살아 숨 쉬는 순교성지를 방문하는 것, 보편교회의 ‘신앙의 해’를 지내며 교황님의 권고에 따라 [가톨릭교회교리서]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문헌]을 공부함으로써 하느님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자 하는 것, 이러한 모든 실천은 교회의 모든 전례 안에서 하느님 사랑의 신비에 참여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적극적으로 실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큰 사랑이 세상에 나셨습니다. 참 희망이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이 사랑과 희망을 이웃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위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독거노인,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 가출 청소년들을 비롯해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웃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너그럽고 열린 사랑을 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시대에 아무도 눈을 돌리지 않는 이들에게 각별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희망을 전달하는 그리스도인만이 이 시대에 순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교구 설정 50주년 ‘교구 희년’과 ‘신앙의 해’를 지내는 여러분들의 삶 안에 참 기쁨과 희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여러분의 신앙 여정에 늘 함께 하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시며 순교자들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2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