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간 금요일: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자.

찬미 예수님, 코로나19에 따라 미사가 3월 18일까지 잠정 중단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당 홍보분과 홈페이지 운영위에서는 미사 중단기간에 [매일미사]를 근거로 하여 복음과 복음묵상을 매일 올립니다. 미사가 중단된 지금,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주님의 은총을 청하는 의미 있는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자.

복음: 마태오 21,33-43.45-46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비유들을 듣고서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아차리고,
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는 두 인물을 대조적으로 보여 줍니다. 부유하고 호화롭게 살았던 “어떤 부자”와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았던 “라자로”입니다. 이 세상의 삶이 끝나고 죽음 이후의 모습도 대조적입니다. 라자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평안을 누리지만 부자는 불 속에서 고통을 받습니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는 죽음 이후의 세상이 현세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현세에서 고통을 받던 사람은 위로를 받고, 편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였던 사람은 고통을 받습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고 있는 비유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첫째는 재화의 문제입니다. 루카 복음은 부와 가난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잔치를 벌이며 호화롭게 살았던 부자와 그 집에서 구걸하지만 먹을 것을 얻지 못하는 라자로의 대조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가난의 문제에 대한 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은 또한 재화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숙고하게 합니다.

둘째는 가르침의 실천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는 내용은 이미 구약 성경에도 나와 있었습니다. 예언자들도 하느님의 길로, 정의의 길로 돌아오도록 호소합니다. 새로운 가르침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가르침을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듯이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공동체 안에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재능과 재화는 공동체와 공동선을 위한 것입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