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기원미사 호소문]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촉구하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촉구하며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평화는 모든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이며, 믿음 안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의미의 평화란 단순한 물리적 안정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의 토대 위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재 분단된 한반도에는 평화가 절실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상호 불신과 갈등은 수위를 넘어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수많은 이산가족들은 고향과 가족을 향한 한 맺힌 그리움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또한 고조된 긴장과 과도한 군비확장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전쟁의 공포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평화를 원하는 모든 이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우리는 이같은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따라서 오늘,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인 한국 천주교회 공동체는 온 세상을 향해 간곡히 호소합니다.

  첫째, 남북 당국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한반도의 긴장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둘째, 한반도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민족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다양한 차원의 교류 협력, 그리고 종교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교류가 재개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랍니다.

  셋째,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긴장상태가 항구적으로 종식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하여 남북 간의 군축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을 제거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당사국간, 다자간 회담에 적극 임해 주기를 바랍니다.
  넷째, 남북 교류와 협력, 나아가 통일의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남북갈등 못지않게 심각하게 자리한 남남갈등의 상황을 극복하여, 민족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합니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는 궁극적으로 남북 당사자들의 문제이지만 주변국들의 지지와 지원 또한 중요하므로, 인류의 보편가치인 평화의 실현을 위한 주변국들의 이해와 협력을 바랍니다.

  남과 북은 역사와 운명을 함께 살아온 한 민족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분단과 갈등의 시대를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분단으로 인해 더 이상 가슴 아파하며 눈물 흘리고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힘으로 지키려는 소극적 평화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완전한 평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평화의 사도로 불림 받은 우리 신앙인들은 그러한 역할에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합니다. 진정한 평화를 향한 이 같은 여정에 남북의 당국자들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2011년 6월 17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